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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해안누리 국토대장정] ④ 감포 오류해변~양남 나아해변

작성일 : 2013.06.13 조회수 : 1,010
신문사 : 부산일보



▲ 갯메꽃이 만개한 경주시 감포읍 척사마을에서 S&T해안누리국토대장정 단원들이 걷고 있다. 4구간은 이같은 야생화를 곳곳에서 만나 즐기는 재미가 크다.



'잡은 손 놓지 않을 테요. 그대와 가는 이 길 끝까지….'

 

닭살커플은 4구간 국토대장정 내내 한번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일부 도로 구간에서는 일렬로 걸어야 했는데, 비스듬히 걸으며 애정을 과시했다. 아, 몇 번 있긴 했다. 야생화를 포착한 신랑이 꽃사진을 찍으러 가는 순간 정도. 이날 하필이면, 그것도 주황색의 화사한 커플룩을 갖춰 입은 결혼 2년차 신혼(?)부부 뒤에서 걸을 게 뭐람. S&T중공업 박무영(32)·이현경(29) 씨의 '길 위의 사랑'은 6월 해안누리 국토대장정 길 위에 화사하게 영근 붉은 장미꽃이었다.

 

■꽃들이 우리를 반기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한결같이 폭염을 걱정했다. 그래서 인원을 최소화(?)하여 대략 300명으로 잡았단다.

 

뒤에 들으니 이번 국토대장정은 모집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S&T모티브 다이캐스팅 파트 박정재(32) 씨는 동갑내기 부인 김선미 씨의 참가 티켓을 동료에게 양보했다. 부인은 오지 못했지만 지난달 약속한 막걸리는 배낭에 꼭꼭 넣어왔다.


오류해변에서 바라본 동해.

출발지인 경주시 감포읍 오류해변에서 남하했다. 3구간 종착지인 나아해변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늘은 15㎞라고 했다. 그리고 문무대왕릉이 있는 봉길해변에서 마감을 한다고 했다. 나아해변까지 실제 거리는 약 20㎞. 날씨 때문에 구간을 줄였을 거라 짐작했다.

 

다행히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강한 햇볕을 가렸다. 반팔 소매로 걸을 만했다. 발 아래 갯메꽃이 활짝 피었다. 나팔꽃을 닮은 갯메꽃은 우리나라 해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친숙한 야생화다. 갯메꽃만 핀 것이 아니라 서양채송화, 엉겅퀴, 패랭이꽃, 나리꽃, 덩쿨장미도 활짝 피었다. 꽃은 사랑. 유월은 하필 장미의 계절이던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엔 시원함이 묻어있고, 흩날리는 꽃향기, 풀향기는 황홀했다. 이 계절을 어찌 사랑하지 않으랴.

 

걷는 일은 어찌 보면 무의미하지만, 걷다보면 풍경은 우리에게 늘 새로움을 선사해준다.


감포항에서 청어를 하역하는 인부들.



그런데 길손이 풍경을 구경한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전촌 새마실의 텃밭 가꾸던 할머니, 야구인의 집이라 간판이 붙은 감포항의 '부산우리회·대게 도매센타' 주인 아주머니와 오류 2리의 가정집에 묶인 진돗개는 벌떡 일어서서 지나가는 국토대장정 팀을 구경하며 격려하고, 웃고 즐겼다.

 

■사랑이 너울거리는 길

어디선가 향긋한 오이 냄새가 났다. 산행을 할 때 갈증을 달래는 데는 오이가 최고다. 돌아보니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오이를 꺼내서 먹고 있다. 너무 진지하게 쳐다보았던 모양이다.

 

"드릴까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냉큼 손을 내미니 툭 분질러 큰 쪽을 준다.

 

"아니, 저쪽 주세요." 작은 부분을 달라고 했으나 큰 놈을 굳이 내놓는다. S&T모티브 사내에 있는 에어백 협력업체에 근무한단다. 이름을 물으니 주변에서 '이쁜 언니'란다. 나이를 또 물으니 이제 29세라며 웃는다. 기자 보다 한 살 많다고 농담을 건네니 배꼽을 잡고 넘어간다. 배낭 안에 간식으로 해물파전을 부쳐 왔다고 했다. 얻어 먹고 싶었지만 쉴 참에는 그만 만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배가 살짝 고팠다. 3차까지는 출발 하기 전에 나눠주는 간식에 김밥이나 삼각김밥이 있었는데, 이번에 없었다. 대신 에너지바였다. 사람들이 수군댔다. '밥을 안 주면 미리 얘기를 해야지.' 말은 모여서 여론이 되었다가 파도처럼 한바탕 휘돌았던 모양이다.

 

놀랄 일이 벌어졌다. '말궁둥이 상징물' 동상이 멋드러진 전촌항에 도착하니 S&T 마크가 선명한 간이 천막이 갑자기 차려졌다. 김밥과 음료수, 얼음에 재운 생수 그리고 초코파이가 펼쳐져 있었다. 욕심을 내서 두 개를 챙기려 덤볐는데 다 같이 나눠 먹어야 하니 하나씩만 가져가라고 진행요원들이 부탁했다.

 

어느새 여론을 들은 S&T그룹 최평규 회장과 경영진이 지시한 것이었다. 부러웠다. 이렇게 작은 여론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 회사 간부들. 불과 1시간 여 만에 '민원'이 해결 되다니. 단순히 시스템이 아니라, 이건 혹 사랑이 아닐까. 전촌마을 시골집 담장에 활짝 핀 장미꽃이 '우런' 붉었다.

 

사랑스러운 풍경은 또 있었다. 딸이 더울까 아버지는 산길을 걸으며 두 개의 부채를 들고 쉴새 없이 딸의 등 뒤에서 부채질을 했다. 얼음 생수를 수건에 감싸 바통처럼 잡고 부녀가 서로 끌며 정을 나눴다. 커플룩을 입은 '닭살커플'은 더위도 아랑곳 않고 서로 잡은 손을 끝내 놓지 않았다.



4구간 트레킹이 끝난 뒤 소감을 주고 받는 참가자들.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멀리 바다에 한 점 바위가 있다. 문무대왕릉이다. 대종천 끼고 도는 길가에 우현 고유섭 선생의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 비가 있다. 일제시대 미학을 전공한 선생의 수필 제목이다. 선생은 일제 때 후학들에게 문무대왕의 위업을 각인시킨 분이다. 암울한 일제 강점기였지만 역사를 통해 독립의 의지를 설파했을까.

 

바다로 침공하는 왜적을 막아내기 위해 바다에 무덤을 쓰라고 한 문무대왕의 의지는 희생의 리더십이다. 그리고 가식없는 실천이다. 통일신라 문무왕 시절 병장기는 녹여 보습을 만들었다. 감옥은 비고 곳간은 가득 찼다고 한다. 태평성대에 미래의 어려움을 대비하고 후대를 위해 장엄한 유언을 남긴 문무대왕을 한번 만나 뵙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300명의 국토대장정단의 순례는 대왕암이 바라다보이는 봉길해변 솔밭에서 끝이 났다.

 

그런데 점심을 먹으며 모티브 김택권 사장이 다른 이야기를 했다. 전체 대오의 일정은 여기서 끝나지만 34명의 대장정 팀은 봉길터널을 지나 5㎞ 떨어진 나아해변까지 더 간다는 것이다.

 

3구간 종점인 나아해변을 잇기 위해서는 앞으로 5㎞ 정도를 더 가야하는데 사전 답사팀의 조사에 따르면 2.4㎞ 길이의 터널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을 다 이끌고 가기엔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그런다고 했다. 가족팀에 묻혀 이른 귀가를 하기가 낯간지러워 대장정 정예팀에 합류했다.

 

터널은 어둡고 길었다. 무엇보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의 굉음은 지옥을 방불케 했다. 막막한 어둠 속에서 누군가 화이팅을 외쳤다. 여기저기서 호응했다. 안심이 되며 힘이 났다. 멀리 빛이 보였다.

 

처음엔 왜 따라나섰을까 후회했지만 3구간 종착점을 밟았을 때의 희열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S&T모티브 김택권 사장이 말했다. "여러분이 방금 지나온 긴 터널은 바로 우리 대장정단의 몫입니다. 이런 길은 가족을 대신해 우리가 이어야 합니다. 터널이 아무리 길어도 끝이 있습니다. 불빛이 그 증거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터널은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장미가 아름다운 것은 가시가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부산일보>;